[기고] 달디 단 밤양갱과 쓰디 쓴 연금개혁 I 지동규 국민연금공단 이천여주지사장
[기고] 달디 단 밤양갱과 쓰디 쓴 연금개혁 I 지동규 국민연금공단 이천여주지사장
  • 경기포털뉴스
  • 승인 2024.04.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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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디 단 밤양갱과 쓰디 쓴 연금개혁

지  동  규
국민연금공단 이천여주지사장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대표적으로 공적부조(공공부조)와 사회보험으로 구분된다. 둘 다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재원과 대상 등에서 차이가 있다. 

공적부조는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전액 조세를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기초생활 보장급여가 대표적이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도 여기에 해당한다. 한때 전 국민이 지급받은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정치권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기본소득’도 공적부조의 하나다. 지급요건에 해당되면 반대급부 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되기에 ‘달디 단 밤양갱’이다. 

이에 반해 사회보험은 질병, 상해, 노령, 사망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된 의무적인 제도다. 우리가 흔히 4대 보험이라고 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가입자와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며 소득에 비례하여 분담하는 시스템이다.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법으로 강제화되어 있고 소득을 올라가면 보험료 부담도 커져 사실상 준조세라고 불린다. 몸에는 좋지만 ‘쓰디 쓴 약’으로 비유될 수 있겠다. 

인구 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급여보장 혜택 확대 등은 사회보험의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에 사회보험의 개혁은 그야말로 ‘쓰디 쓰다’. 국민연금 또한 지난 2008년 개혁 이후 지금까지 16년간 방치하다 보니 보다 ‘쓰고’ 보다 ‘약발이 쎈’ 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07년 2차 연금개혁 추진 시 보험료를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하향하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사발은 엎어 버리고 사탕만 먹었다”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일화는 연금개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유명하다. 약사발은 ‘보험료 인상’을, 사탕은 ‘기초연금’을 의미했다. 달디 단 밤양갱만 먹고 쓰디 쓴 약은 버렸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이 최초 도입되었으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만 낮아져 이때부터 16년간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는 고착화되었다.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이 적어 ‘용돈 연금’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역대 세 번째 연금개혁을 위해 우리 사회는 현재 진통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제5차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는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이다. 최근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에서 제시한 두 가지 안을 가지고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영국은 10년간의 기나긴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 연금개혁에 성공했고, 일본은 대국민 설문조사,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4년이 소요됐다.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도출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고, 쓰지만 먹어야 할 약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다. ‘쓰디 쓴 연금개혁’을 통해 우리의 자녀와 손자들도 ‘달디 단 밤양갱 같은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세대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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